참길

감에서 곶감으로 변신 중, 생을 마감하다

  • 작성 언어: 한국어
  • 기준국가: 모든 국가country-flag
  • 음식

작성: 2024-11-23

업데이트: 2025-05-04

작성: 2024-11-23 22:35

업데이트: 2025-05-04 02:03

감에서 곶감으로 변신 중, 생을 마감하다

감 말린 후 10일째 (11월 23일)


오늘 아침, 아내가 발코니에 말린 감이 반(半) 건시(乾枾)가 되어서 먹을 때가 되었다고 입에 넣고 맛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곶감이 비싼 것 같다고 하였다.


순간 내 입술에서 “감이 죽었네~”의 탄식(歎息) 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갑자기 그 ‘감’의 입장이 되고 싶었다.


나는 이름도 모르는 어느 야산에서 수(數)년 동안 자란 감나무 중의 한 그루에서 많은 내 형제들과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올해는 내 형제자매 감들이 많다고 주인이 일부를 팔기로 하였다. 그래서 나는 어느 아파트 발코니에서 곶감이 되어가는 신세가 되었다.


나를 산 여주인은 플라스틱 틀에 내 형제 감과 나를 매달아 햇빛에 말리기 시작하였다. 마치 새끼에 엮인 굴비 신세가 되어가는 듯하였다. 나는 그곳에 매달린 채 햇빛과 바람을 맞아 가면서 탈수가 되어갔다. 통통한 내 몸은 바싹 말라가면서 표면에는 깊은 주름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오늘은 나의 보금자리 꼭지에서 반강제로 떨어져, 여주인 집에 와서 강제로 매달린 체 10일이 지났다. 나를 산 여주인은 나를 맛보기로 작심(作心)하였다. 드디어 플라스틱으로 매단 내 형제 중 나만 맛있게 생겨서인지 나를 꼭 집어서 입안으로 가져갔다.


그 순간 여주인의 남편이 “감 죽었네” 하고 탄식하였다. 그 후 새로운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


이 땅에서 자라왔던 그 수많은 내 형제들이 숙명(宿命)대로 팔려 가서 사람의 기호식품이 동원되었거나, 아니면 그냥 땅에 떨어져서 형체도 없어지는 운명(運命)을 맞이하였다.


참으로 역설적(逆說的)이다.


사람의 입맛을 위하여 나는 죽었지만, 나는 이렇게 글로 살아서 사람들에게 전해지니까 말이다.


나는 죽어서 다시 태어난 것이나 다름없다. 내 안에 있는 생명의 씨앗은 땅속에서 다시 나와 같은 감을 키워 나가겠지만, 나는 거듭난 생명(生命)을 지금 느끼고 있으며, 먼 미래까지 나의 생명이 전해질 것을 생각하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를 먹어 해치운 여주인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하려면 나처럼 죽어야 할 텐데 ~ 그런 용기(勇氣)가 있을까?


내 형제인 감을 먹어 본 인간(人間)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고 싶다. 그들은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2024. 11. 23 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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